Brand | 열화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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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erial | 종이 |
Size (mm) | 142 x 221 x 15 mm / 242g |
Origin | 대한민국 |
Brand:열화당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11,000
사진을 찍듯 생생하게 그려낸 시각적 산문집입니다.
저명한 작가이자 사회비평가, 미술평론가인 ‘존 버거’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직간접으로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한 시각적 산문을 통해 마치 사진을 찍듯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 ‘포토카피(사진복사)’라고 이름 붙인 이 글들은 세기말 인간사의 단편을 구성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상황과 내면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명성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그리기에만 몰두하는 무명 화가, 런던의 어느 광장에서 병든 비둘기를 돌보는 노숙자 여인, 아일랜드의 시골 버스에서 만난 수다스런 소녀, 라이플총을 빗겨 맨 열세 살의 인도 소년, 소련의 강제수용소를 백스물네 번이나 옮겨 다닌 남자와 함께, 사바티스타의 마르코스 부사령관,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철학자 시몬 베유 등 저명한 인물들의 모습도 읽을 수 있습니다.
존 버거는 성실한 관찰자로서 일차적인 묘사와 설명만을 통해서 이야기 속 장면이 손에 잡힐 듯 보여주는데, 바로 그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그가 만난 인물들에게 애정과 존경을 느끼고, 나아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게 됩니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시각과 청각, 후각을 모두 동원한 이 신비롭고도 소박한 스물아홉 편의 포토카피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록자가 만들어낸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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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당
열화당은 오십 년 넘게 인문주의적 예술출판을 해 왔습니다. 만들기 까다롭지만 가치있는 책들, 이미 꽉 찬 서가보다는 빈 서가를 채우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완벽할 순 없지만 단단하고 부끄럽지 않은 도서목록을 채워나가기 위해 천천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릉 1815년, 서울 1971년, 파주 2004년
江陵 船橋莊의 사랑채인 悅話堂. 1815년에 건립된 이 건물이 함축하는 뜻을 이어 출판사의 이름을 지었다. 사진 주명덕, 1980.
강릉의 아흔아홉 칸짜리 조선시대 고택(古宅) 선교장(船橋莊), 출판사의 발행인이 태어나고 성장한 이곳에는 열화당(悅話堂)이라는 사랑채가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悅親戚之情話)”라는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마지막 구절에서 따 온 이 건물의 이름은 출판사 열화당의 모태이기도 합니다. 1815년에 건립되어 이백 년 가까운 역사가 서려 있는 이곳은, 많은 옛 서화(書畵), 전적(典籍)들이 수장 보존되어 있어서 예로부터 문인, 학자들이 모여 문사철(文史哲), 시서화(詩書畵)를 논하고 진리를 모색하던 학문의 사랑방이었습니다. 또한 문집과 족보, 옛 성현의 가르침을 담은 서책 등을 펴냈으며, 1900년대초에는 ‘동진학교(東進學校)’라는 신교육기관이 개설되는 등 학문과 교육이 이루어지던 유서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선교장의 열화당은 전통문화 보존의 산실이자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가 배어 있는 담론문화의 장(場)이었으며, 활발한 지적 생산이 이루어지던 근대 아카데미였습니다. 출판사 열화당은 이러한 인문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이제 강릉과 서울을 거쳐 파주 시대를 열어 나가는 열화당은, 지금까지 이어 온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지켜 나가며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으로 거듭나려 합니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예술을 위하여
열화당은 1971년, 미술과 시각매체, 그리고 한국전통문화 분야의 출판에 뛰어들어, 만들기 까다롭지만 가치있는 책들을 한땀 한땀 엮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출판은 고성장, 고수익의 논리가 지배하는 장(場)이 아니라 지적 생산자인 저자와 수요자인 독자의 교류와 발전을 위한 터전이라는 소신으로, 단단하고 부끄럽지 않은 도서목록을 갖추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사십여 년의 결실이 담긴 이곳에는, 고통 속에서 아름다운 영혼을 품고 태어난 예술작품처럼, 힘들고 더딘 작업을 거쳐 나온 구백여 권의 책들이 저마다의 빛을 발하며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 한 권 한 권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꼭 필요한 이에게 닿을 수 있게 하려는 열화당의 바람 또한 담겨 있습니다. 비록 부족하더라도 그 모두가 ‘우리 시대를 담아내고 이끌어 가는 책’이어야 한다는 소망으로, ‘한국문화의 미래를 떠받치는 책’이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글과 그림의 정갈한 상차림에 분주합니다. 첫걸음을 내딛은 지 이제 사십여 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환경에 따라 그 모습은 다양해질지라도, 열화당의 이러한 마음가짐은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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